이브에 내게 씀.
이브에 내게 씀.
사실 나와 크리스마스와는 별 관련이 없다. 어릴 적 산타할아버지의 꿈을 갖고, 어머니께서 주시는 용돈이나 선물을 기다리며 좋아했던 기억 뿐. 한 편으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픈 생각도 들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는 나를 돌아보고 변화하고 싶은 생각이 앞선다.
요즘 다시 술을 계속해서 마시고 있다. 물론 그 전에도 쉬어야 하루, 이틀, 길어야 사흘이었지만 요즘은 매일 음주를 한다.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희선이 결혼, 희명 형 결혼 전부터도 거의 하루 이상 쉬지 않고 매일 마신 듯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나를 찾는다는 말, 술을 멀리하고 생활에 변화를 주고싶다는 말을 한지도, 게다라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때는 몇 년 전이다. 나와 몇 번의 술자리를 가졌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었을 법한 나의 몇 마디. 하지만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1% 정도도 바뀐 적이 없다. 결국 어줍잖은 고민만 하다가 밤에는 술잔을 기울이고 낮에는 먹으면서 자는 기막힌 생활의 연속을 살고 있다.
내가 잘하는 것을 찾고 싶다. 많은 사회경험을 하고 싶다. 공부도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다이어트, 연애, 운동, 사진, 당구, 모임, 취업... 나를 가로 막는 건 없다. 생각해보면 모든 술자리는 내가 원해서 시작된 거였다. 남이 권해도 내가 원하지 않았으면 안나갔겠지. 결국 나는 나를 술자리로 몰아갔다.
1년, 2년, 3년, 4년, 5년.. 대학교, 아니 고등학교 2, 3학년 때부터 술을 마시면서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 술을 마시며 진솔한 대화도 나누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서로를 더 잘 알게 된 것도 있지만.. 어디서부턴가 뒤틀린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내 탓이다. 나는 하지 않았다. 해야할 것은 많지만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만남이라는 핑계 하에 술자리에서 보냈고 그 결과 나는 백수라는 타이틀을 가진 아주 평범한 20대 중반의 생활을 하고 있다. 도대체 왜...
고등학교 시절, 살을 뺀다고 지독히 안먹으며 운동도 조금씩 하고, 혹자들이 흔히 말하는 '수업에만 충실했어요.'라는 말을 해보기 위해 적어도 학교 안에서는 1%의 모범생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지난 일은 말 그대로 과거일 뿐이다. 1차 해답은 나의 지금 생활을 자세히 살피고 잘못된 점을 각각 끌어내어 변화를 주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2007년, 수 년 간을 이렇게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은.. 술자리를 거절하지 못하고, 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만 생각은 생각 뿐이라는 듯 무시하고 아주 잘 먹는다. 소식은 찾아볼 수가 없고 과식 이상이다. 또한 걸어서 15분, 20분이면 가는 도서관을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가지 않는다. 하고싶은 공부는 많다면서 15분도 안 걸으려고 한다. 한동안 운동한답시고 한 시간, 두 시간을 걸었으면서도 공부와 운동을 함께 하는 건 상당히 싫어한다.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다. 전공을 살려 제지인이 되기를 갈망하였던 적도 있고, 남들 대부분이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고소득 직업(금융직이나 공사 계통 등)을 꿈꾸기도 하였으나.. 남들 하는대로 아무 직장에나 원서도 넣어보고 서류가 통과되어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수차례 있었으나 모두 술을 마시고 가지 않았다. 그 중의 대부분은 땡기지 않아서였다. 누군가는 내게 아직 절실하지 않아서라고 하며 꾸지람을 하기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한 번에 찾고 싶다. 모든 것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경험에서 우러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떤 경험도 하지 않고 무시해버린다. 대기업이나 공사, 금융직 등의 최종면접을 앞둔 상황에서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한 번은 아버지와 점심을 먹으며 나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다가 장사 쪽으로 얘기가 기운 적이 있다. 그 때에는 공무원을 준비하려고 신경쓰고 있던 때였는데 공무원이라면 내 앞에서도 당당히 무시하시고 자영업(기술직)을 강력히 추천하시던 아버지가 미웠다. 하지만 어느 아버지의 휴일에 둘이서 얘기를 나누고 나니 아버지께서 나를 나름 생각하셔서 당신의 의견을 말씀해주신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도 가족인데.. 어찌보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인데..' 순간 혹해서 다음 날 있는 면접을 또 접었다. 한솔제지.. 나름 한 번 쯤 가보고픈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하지만 결국 장사를 한답시고 사방팔방 떠들어가며 면접은 포기했고, 거듭 생각하다가 없는 자본과 부족하고 진부한 아이디어 덕에 지금은 다시 공무원을 생각한다.
내 잠재의식 속에는 자신감이 있다. 나도 그걸 안다. 내가 천재가 아니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것도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그 자신감은 내 머릿속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어 도무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신 밤마다 술을 마시며 나의 자신감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고 있다. 나는 솔직히 공무원이 딱~ 땡기는 건 아니다. 나름 편해보이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선호한다. 물론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많은 직업은 그 존재의 이유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행정업무를 잘 처리함으로써 개인이든 기업이든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자긍심도 갖는다.
지금은 모든 직업이 갖기 힘든 거라 생각하지만, 어쨌거나 고소득의 직업을 갖게된다면 그 수명에 대해 걱정하고 공무원을 하게 된다면 그 수입에 대해 걱정을 한다. 둘 다 대안도 있고 사람들이 말해주는 장점도 있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 결국 나의 선택인데 나는 안정적인 길을 택하려 한다. 단 몇 년 간의 고통 아닌 고통, 고민 때문에 벌써 안정을 꾀하려 한다. 아...
미련이 많고 고지식한 성격 탓에 나역시 공무원을 한 번 시작하면 쉽게 때려치지 못할 것 같다. 애초에 그런 생각을 갖는다는 것이 두렵지만, 공무원이 안돼서 때려친다기 보다는 준비과정 동안 회의를 느낄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에도 딱 그만둘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이다. 사람들에게 묻는다. '나 공무원 하면 어떨까?' 대부분은 긍정적인 대답을 해준다. 그만큼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국 요점은 나의 선택, 자기만족이다. 나의 생각, 나의 이기심, 남들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나를 아는 것. 웃으며 말하자면 철학자도 아닌데 왜 이 질문에 매달려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난 무엇을 바라는 걸까? 나는 어떤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이 내게 최선의 일이 될 수 있을까? 내가 바라는 삶을 살 수 있는, 내가 꿈꾸는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그런 일이 있을까?
끝없는 구렁텅이 속으로 빠지는 기분이다. 결국 또 이렇게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