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아픈 우리 엄마

깜찍 2006. 6. 10. 09:38

  예전부터 그랬다. 아픈 몸을 이끌고, 내게는 '너도 이 다음에 자식을 낳아서 키워봐라.' 하시며 일을 다니는 우리 엄마... 포장마차 하실 때에도 한의사에게 죽을 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었다는데 어제 그런 비슷한 소리를 또 들으셨나보다.

 

  어제 학교에 있다가 집에 왔는데 식탁위에 알약이 놓여있었는데 조제약이 아니라, 또 조제약도 옆에 있어서 물어봤더니 몸살약이란다. 그러더니 오늘 아침에는 한약을 맞추셨다네? 어디서 맞췄냐니까 금강산 약국에서 맞췄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혓바닥 옆이 퍼렇게 된 게 보이냐고 하시며 맞아서 그렇게 된거라고 하시는데... 내가 '누구한테 맞아서?' 했더니 우물우물~ mumble. 나올 말이 뭐 있나~

 

  '병원에 가보지.' 하는 내 말에는 또다시 아랑곳 않는 엄마. '죽는대...' 그 말이 뭐였을까? 궁금했지만 선뜻 입에 담기 힘든 말이라, 또 혹시나 정말 충격적인 소리를 들을까봐 다시 물어보지도 못했다. 그냥 집에서 마시는 술이나 줄이라고... 그것 때문에 혈액 순환이 안좋을 거라는 말만 했다. 엄마는 술 때문이겠느냐 하시는데 내가 보기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몸이 많이 망가진 상태에서 술을 끊고 약을 먹는다고 해서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술이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는 나와, 술 마시는 모습을 싫어하는 아버지는 좀 위안을 삼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또 이기적인 게 되는 건가? 아픈 사람을 위한 생각이 아닌, 나를 위한 생각...

 

  사람은 이기적이다. 실천도 잘 하지 못하고... 망상 속에서 살며 시간을 보낸다. 안그런 사람도 분명히 있는데 나는 아직 이렇게 살아간다. 그래도 잡생각을 하는 만큼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데에는 괜찮은 면이 있다. 예전에 술자리에서 무슨 말만 하면 자신의 입장에서의 의견을 무턱대고 내놓던 SM. 어찌보면 남자다울 수 있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그런 점은 내 입장에서는 좀 아닌 것 같다. 하기야 뭐 상대성을 중요시 생각하니 나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이해해야겠지.

 

  그나저나 우리 엄마는 어떻게 되는 걸까?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냥 그렇게 속상해야만 할 고민인 것 같다.

 

  더 좋아지길...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