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를 수 없는 자연
자연의 힘이란 인간으로서 보기에는 정말이지 대단한 것이다. 물론 자연을 이용도 하고 재해에 맞설 줄도 아는 인간이기는 하지만 아직 그 수준은 미미한 실정인 것 같다.
독일에서는 테니스공만 한 우박이 내리고 제주도에는 160mm가 넘는 폭우가 내려서 사람이 죽었단다. 어제 아침 일기예보에서는 영서 지방에 비가 특히 많이 내릴거라고 했는데(80mm 정도) 정작 여기에는 그다지 많이 내리지는 않은 것 같다.
어제 미연이랑 환기 형이랑 만나고 들어오는 길에 비 내리는 걸 보고... 나는 몰랐는데 자는 사이에는 천둥번개도 쳤다지만 그래도 간밤에 내린 비가 80mm는 안될 것 같다. 아니~ 될 수도 있겠구나. 하여튼 아침부터 비가 거의 안내려서 좋았는데 사람 일이라는 게 역시나 마냥 즐거울 수는 없는 것 같다.
어제는 마마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래도 술 자리에서 즐겁게 놀고, 오늘로 계절학기의 1/3 과정을 마치고 용석이 만나기 전에 동네에 차를 두고 쉬다 갈 겸 해서 집에 왔는데 새순이가 너무 조용했다. 내가 나가고 들어올 때면 너무나 반가워 해줘서 집에 들어오면서 어떻게 피할까 걱정도 했는데...
엄마와 할머니께 물으니 얼마 전에 죽은 새돌이와 같은 증상을 보인단다. 혈변에 음식도 못먹고... 촌놈, 새돌이가 죽었을 때에도 새삼 잡스러운 생각을 좀 했었다. 변을 볼 때마다 깨갱거리며 시끄럽게 해서 오도방정을 다 떤다고 생각했는데 죽기 전에 혈변에 입에서 벌레를 토하고(어머니 말씀으로는 그랬다.) 했다는 말을 듣고 평상시에 귀여워 해주지 못한 게 내심 미안했다. 그래도 순박한 강아지였는데 발발이와 똥개로서 비교하는 바람에 순박한 시골놈을 제대로 대해주지도 못하고 떠나보내고 말았다.
새순이는 새돌이가 죽고나서도 멀쩡했는데...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나를 핥아주며 신나게 놀았는데 지금은 병이 들어서 바로 서지도 못하고 꼬리만 타악 탁 하고 겨우 흔든다. 면상에도 아픈 표정이 역력하고 너무 불쌍하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겠지만 내 사랑이 부족했던 탓이 아닐까 하며 나 자신에 대한 질책을 한 번 더 해본다.
운동도 안하고 공부도 안하고 그렇다고 식구들한테 따뜻하게 대하지도 못하고 친구들한테 자주 연락도 못하고 강아지들에게 사랑도 주지 못하고... 해준 것도 없고 한 것도 없다. 나는 비관론자인가? 평소 행동은 그다지 비관적이지는 않은데... 오히려 내 자신을 너무 방임하지. 하여튼 적극성이 필요하다.
아... 안타까운 우리 집 만큼이나 불쌍한 새순이~ 정말 집에 문제가 있는 걸까? 어릴적에는 내 방에서 자기도 했는데 우리 강아지. 지금도 물론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이지만... 지금도 털이 매끈하고 귀여운데 가면 안돼. 힘 내라~